회피형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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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미안하다 보고싶었다 손을 잡아주셨을 때 괜찮아지셨구나, 15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다시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남으로 돌아간 일상이 반복되기를 희망했다. 그 순간 다른 어른들의 얼굴도 보았다. 때가 되었다는 생각. 그래서 그 분에 대한 연민이 더 들었다. 죽을 고빈데 적극적으로 병원 데려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구나.

 

한 차례 시간이 지나고 나라도, 지금이라도 119를 부를까 말까 했을 때 난 응급상황이 아닐 때 돈이 얼마나 드는지를 찾아봤다. 풍을 생각 못하고 더 작은 병일 수도 있는 노로바이러스를 의심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더 지켜보겠다, 넌 방으로 들어가라 했을 때 그 말을 듣기 보다는 내가 더 밀어붙였어야 했다. 의사인 P에게 물어보면서 저혈당이 의심된다며 '그럼 어떻게 해야되냐, 꿀물이 낫냐 설탕물이 더 낫냐' 소리를 들으면서 화가 났다. 의사도 아니고 , 시골도 아니고, 의사한테 데려가면 되지 또다시 나에게 의존하는 것에 공포와 짜증이 솟구쳤다.

 

더 나아가서는 그 와중에도 그런 도움안되는 생각들을 안하고 진짜로 도움되는 사람이었어야 하는 것에 대한 자기혐오가 들었다. 그 행동으로 그 분의 예후가 달라졌을 것이란 기대보다도, 인간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대의 고통을 받는 사람이 옆에서 괴로워할 때 나는 정말로 방 안에만 가만히 있으며 골든타임을 놓쳤을 뿐이라는 죄책감이 들었다. 


지난번 교통사고를 목격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큰 소리에 내 방 창문으로 상황을 지켜보다가 트럭 운전자가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나갔다. 다를 건 없었겠지만, 바로 나갔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나를 사로잡았다. 의사인 P는 왜 자꾸 당연히 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을까. 응급의학과 의사라고 꼭 타고난 것은 아니었을 텐데, 그것도 훈련의 영역이었을 텐데 왜 그런 몫은 전문가의 영역이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만 생각이 들었을까.

 

마지막 코트를 들며 겨울 옷이 참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썩을 대로 썩은 몸으로 이것 드는 것도 얼마나 힘드셨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사람들을 더 잘 돕게 되면 이 죄책감이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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