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고(약간의 고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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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은 너무 어려운 걸 줘놓고도 하는 데까진 해봐라...하셨다. 대학에서 오래 계셨던 분답게 성장과 학습을 목표로 두셨다. 과제든 시험이든 그 결과물이 60점이냐 90점짜리냐는 교수님께 그리고 학생의 인생에서도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대학은 목적 자체가 해보고 성장하는 데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원에도, 교수님들 중에도 이론과 실용, 그리고 전달 모두에의 완벽성을 추구하는 P같은 사람은 분명 '많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보수적이라 블랙박스를 뜯거나, 설명이 부족하면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와 달리 회사는 선을 전해주고 이것보단, 과거보단 나은 결과값을 내야한다는 목표가 분명히 있다. 따라서 일을 할당하는 사람이 '여러분 이거 잘 해독해봐라'와 같은 식으로 선지자처럼 굴어선 안될 것이다. P가 다니는 스페이스X같은 회사를 가본 적이 없어서 그런진 몰라도 애석하게 선지자형이 아닌 리더를 본 적이 별로 없는 거 같다. 강사 중에서도 특별히 소수의 '스타강사'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집합이 더 많은 모수라는 건 당연한가. 다들 리더 자리에 올라 전달자 역할을 하려면 교육학 세 과목 쯤은 수강해야 맞지 않을까나 싶다. 실제 P의 PM 또한 뉴욕대 정치철학과 석사출신이라 하니, 그정도까진 너무 어려워도 교육철학, 교육심리학, 교육공학 내용 정도는 듣고, 게임하듯이가 아닌, 인간심리와 인간 사회에 대한 파악을 먼저 한 후에 교육 및 관리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자소서를 쓰게 하고, 면접을 보게 하면서 최소한의 언어능력을 좀 보는 거 같다. 말과 글에서 묻어나오는 사상과 가치관, 자주쓰는 단어들로부터 연상되는 과거의 피해의식들을 조금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관학교에서는 그래서 연설하는 법을 배운다. 아주 비합리적인 상황에서도, 하다못해  '니가 죽을 확률이 농후한데도 전장에 나가야 하는 이유'와 같은 세상에 경제적이고, 논리적으론 도저히 찾지 못할 이유들을 병사들에게 설파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전사 훈련을 받다보면, 각성상태가 되어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은 상태가 되다. 별로 인간적으로 좋을 건 아니다. 정신건강의학적으로는 조증 병명을 앓고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학이든 컴퓨터든 분야가 갈 길이 멀다보니 나보다 모르면 멍청한 거라 생각하는 경향들을 많이 봤다. 그건 마치 호날두가 '그 경기 자신 11명이 뛰었으면 안졌다'와 같은 느낌으로다가..그 분야의 약간 병같은 건데, 호발하는 병.

 

그래서 더더욱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외롭고 성격이 모나게 될 확률이 높은 것 아닌가 싶었다.  
> 안 모난다면 노력으로 쌓아올린 인격과 능력적으로 성공할 재료들이 충분했던 것.  
> 결과적으로 인격이 모나게 된다면 그 성공은 그리 대단한가. 즉 능력이 원래 안되는 데 성공하려니까 인격이 모나게 되는거다.

 

저러한 무기력이 10대 전반과 20대 초반을 지배한 적이 있다. 지금은 어떤가. 잘 모르겠다. 정확히는 저게 진실이라고는 여전히 생각하지만, 진실만을 따를 때 좋기만 한 인생들이 펼쳐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때론 뽕을 맞고, 비합리적이고, 남에게 피해끼치면서 비인간적으로 행동해야 얻을 수있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고3이 벼슬'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가족의 희생을 포함해 얻고싶은 게 있다면 당시에 좀 덜 중요할 인격적인 부분을 버리면서 얻어내는 것도 한 가지 '빈곤 속의 풍요'를 추구하는 방법이긴 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에선 공부보다 더 재밌고 승률 높은 게임들이 많이 있다. 노력도 중요하지만, '선택'이 노력보다 선행된 것이면서 어쩌면 더 중요한 순간들일 수 있다. 사회에서도 꼭 노력에 의해서만, '풍요속의 빈곤'을 추구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냥 웃어주거나, 피하는 게 좀 더 인생을 피폐하지 않게 사는 법이긴 하다. 철저히 잃을 점들을 무시할 수 있거나, 얻을 게 있다면 남아있어도 좋고.

 

로드러너 넷플릭스 방송을 30분정도 봤다. 평범한 셰프이던 앤써니 보데인은 어느순간 노력과 재능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TV 프로그램 스타, 강연자가 되었다. 그러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식을 탐구하는 프로그램이 소위 대박이 난 바 있다. 후일담으로 같이 촬영하던 사람들은 보데인이 어느 순간부터 촬영에 적응하기 시작하고, 매력적인 '페르소나'를 장착하고, 곧 그게 그 자신이 되어가는 모습 (페르소나가 안벗겨진다는 느낌일듯) 을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페르소나'는 그에게 자살이라는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 

 

현재에도 행복할 줄 아는 것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는 교훈을 주는 영화가 있었다. 어떤 영화였는진 기억이 안나는데, 과거 둘째 딸을 구하기 위해 딸이 수정되기 전으로 회귀했는데, 0.00001초 더 과거의 순간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정자가 바뀌어서 생김새, 성격 모두 다른 딸이 태어났다는 내용이었다. 생물학적 자식은 맞겠지만, 추억을 공유하지 못했던 입양한 애와 다름이 없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어 후회되는 점들을 고칠 수 있어도, 그동안 사람들과 맺었던 관계성이 생기지 않는다면, 회귀하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나를 만든 관계성들, 지금의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런 일들의 면면이 생기지 않았다면, 과거에 대한 강박으로 후회되는 일들은 되도 될 일이고, 안되도 안될 일이었던 거다. 인생의 행복은 그 자체에 노하우가 있다.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어서 계속 개발을 한다면, 근무조건 등의 상향과정이 아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K님이 또 바로 여의도쪽으로 가신다길래 '200만원도 좋으니 자리있으면 불러달라' 했다. 가치관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할 수 있다. 전 회사 O 수석님은 '그렇게 가면 커리어 꼬인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하셨지만, 지금 생각으론 같이 일하게 될 사람이 나와 맞다는 것이 참 중요한 거였구나 싶다. 재료공학 시간에 했던 금속나노입자의 SPR 현상이 생각났다. 입자에 갇힌 파동우물의 계산에 대한 식이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고 계산을 했더니 이렇게 되더라는 내용만 교과서에 있었다. 도저히 이해가 안가 방학 때 인턴했던 곳 박사님께 물어가며 해당 현상을 이해하게 됐다. 그 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첫째로, 어떻게든 그걸 잘 설명하는 정수(essence)가 있을 것이라는 결핍감과 찝찝함을 얻는 것, 둘째는 그걸 어떻게든 찾는 것, 셋째는 학부생이었던 내 힘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면 알고있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는 것, 넷째로 그 사람은 어떻게 그걸 알게 되었는가를 타고 올라가 배우는 것이었다. 

 

얼마전에 본 EO영상에서, 정말 뛰어난 리더는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팀원으로 뽑는다고 주장하는 분이 계셨다. 그걸 보며, 비틀즈의 존속 비결이 떠올랐다. 존레논, 폴 메카트니, 조지 해리슨과 같이 당대의 음악천재들이 한 데 모인 비틀즈라는 그룹에서 작곡과 창작능력이 좀 떨어졌던 링고스타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기가 에이스가 아니어도 중재하는 역할을 할 순 있다. 창의성이 너무 높은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비틀즈는 실제 싸우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아무리 독창성 뛰어난 사람이 여럿 모인들 '링고스타'가 없으면 비틀즈 자체는 불화로 해체됐을 것이다. 그래서 리더의 역할은 참 중요하다.

 

아, 그 전에 더 큰 소통의 기본은 편견을 숨겨야 하는 점에 있다. 첫 취업 준비들을 하면서 예상질문으로 '어떤 사람이 꼰대라 생각하는가'가 있었다. 머리가 크면서부턴 '무언갈 정의'내리는 생각의 지점들을 경계하게 됐는데, '기본적으로 늘 우울하다거나, 늘 긍정적인 생각만을 갖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교육심리학을 들으면서 언어로 구체화된 생각이기도 하지만, 청중이 누구냐에 따라 발표를 잘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연습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발표를 못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한 정신과 의사 또한 자살에 대해 생각해보는 사람은 우울한 사람이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인생을 깊게 살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는 말을 한다. 숨은 쉬면 쉴수록 엔트로피가 늘어나고, 인생은 살면 살수록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 뿐, '원래 그렇거나, 늘 그런' 사람은 없다. 꼰대란 그런 사람들이라 생각하게 됐다. 'mz세대는이래. 여자는 이래. 넌 원래 이래. 너 우파니 좌파니.' 부끄러운 편견을 숨기지 못하고 단 한 번이라도 내뱉는 사람들.

 

분리망이란 게 참 개발일과 배치()된다는 생각이 든다. 빨리 뜰게 아니라면, 이 나라가 망조가 된 것 같긴 하다만 멈췄던 다른 진로들로 회귀할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뭐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데 예전부터 그게 참 어렵다. 나중에 융화를 완성시켜서 '달의 눈 계획' 같은 걸 완성할 수 있을진 모르겠으나, 아직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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